- 14 - 삼국지 경영학
손권, 다시 위나라와 싸우다 - 탁월한 용인술로 위군 격퇴, 즉위 29년 만에 황제 등극
손권은 촉나라와의 국교 재개를 서둘러 진전시킨다. 위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촉나라란 우군이 필요했
다. 손권이 촉나라와 손을 잡자 위 문제가 크게 화를 내면서 대규모 정벌군을 이끌고 직접 쳐내려 왔
다. 오나라는 즉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때 중론은 육손이 아니면 그 공세를 막기 어려우니 육손
을 부르자는 것이었는데, 그때 육손은 형주 방면에 주둔하면서 촉과 위를 동시에 견제하고 있었던지
라, 함부로 육손을 빼낼 수 없었다. 손권은 깊이 생각한 끝에 서성(徐盛)을 발탁했다. 서성은 매우 자
존심이 강하면서도 용감한 장군이었고, 과연 서성은 위 문제의 대군을 장강과 수군을 이용해 훌륭하
게 막아냈다. 손권은 사람을 잘 볼 뿐 아니라 일단 발탁하면 그 사람을 마치 신들린 듯 뛰어난 실력
을 발휘도록 만들었다. 손권은 촉나라와의 공수동맹으로 조비의 침공을 몇 차례나 막아냈다. 결국 조
비는 손권의 끈질긴 방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40세의 젊은 나이로 낙양에서 병사하고, 그 뒤를 아
들 조예(曹叡)가 잇는데 바로 명제(明帝)다. 손권은 어린 명제가 취임하자 몇 차례 위나라를 공격하지
만 성공하지 못했다. 노련한 육손은 다시 전쟁을 벌이는 것을 반대하고, 세금을 줄이고 내치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권은 전쟁을 당분간 접고 내치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폈고, 오나라를 물려
받아 군주 노릇을 한 지 29년 만에 황제에 등극한다. 이때 손권의 나이 48세로서 이때가 손권의 절정
기다. 그동안 손권은 서두르지 않고 여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린 것이다.
손권의 절정기와 그늘 - 황제 된 뒤 오만과 과욕, 총명 흐려지고 신하들 의심
손권이 황제에 등극했을 때, 오랫동안 오나라를 괴롭히던 소수 민족들의 반란도 어느 정도 수습되고
국내 정세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북쪽 위나라의 위협은 여전했으나 촉나라와의 상호 방위조약이
건재했기에 안보상의 문제는 없었다. 물려받은 오나라를 이 정도까지 끌어올린 손권이 자만할 만했다.
손권의 위신도 높아질 대로 높아지고 통치권도 확고했다. 그런데 손권의 아들 손려(孫廬)가 20세의 젊
은 나이로 병사하자 손권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일로 달래는 듯 적극적으로 일을 벌였다. 손권에게
CEO로선 매우 위험한 시기였다. 한 번 성공하면 더 큰 성공을 위해 매진하게 된다. 특히 신하들의 반
대를 무릅쓰고 거둔 성공이라면 CEO의 자신감은 더 높아진다. 더 큰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손권이 황제가 되고 난 후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츰 손권은 아랫사람들의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손권의 총명은 점차 흐려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은인자중할 때는 나타나지 않았
던 손권의 의심과 시기심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 신하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비위에 거슬
리면 가차 없이 물을 먹였다. 또 오래된 잘못을 새삼 들춰 책망하거나 벌을 주기도 했다. 손권은 감찰
기관을 강화하고 그 책임자에 혹독한 여일(呂壹)을 임명한다. 여일은 닥치는 대로 중신을 사찰했고 손
권에게 약점을 보고했다. 비교적 자유롭던 오나라는 공포분위기가 됐다. 비록 손권의 총명은 바라기
시작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절망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곧 손권의 마지막 대실수 황태자 소동
이 벌어져 손권의 말년이 오욕으로 끝나게 되고 오나라도 명을 재촉하게 된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
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 15 - 삼국지 경영학
116 Digital Contents
콘텐츠연재 | 삼국지의 또다른 창조
『삼국지』라는 수목이 내리고 있는 뿌리는 깊으며, 그 가지가
드리운 그늘은 넓다. ‘도원결의(⛚㞜結㢥)’로 시작해서‘오장원
(㖝㨃㞙)’의 별이 지는 순간까지 수많은 영웅들이 시대를 풍미하
고 또 부침(ⷱ䂮)하는 대서사시가 바로『삼국지』이다. 그 속에는
당대 최고의 무장들의 무용담, 속고 속이는 머리싸움, 대의와 명
분, 사랑과 우정까지 인간사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이야기 거리
들이 존재한다. 『삼국지』가 훌륭한 인생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는 것은 소설 속의 인물들이 경험한 일들을 거울삼아 독자들이
이를 자신의 간접체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삼국지』가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인생의 지혜가
담긴 보고(ⵎ庫)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삼국지』가 고전 중의 고전인 까닭은 새로운 형태로 끊
임없이 재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는 그동안 다양한 형
태의 소설로 평역돼 왔다. 진수의 정사(㮅⻎) 『삼국지』를 바탕으로
나관중이『삼국지연의(⽶國㶂㓇㢥)』라는 드라마성이 강한 소설을
창조한 것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일본의 진순신, 한국의 김구
용∙이문열∙황석영∙장정일 등이 새롭게 평역된 소설을 선보이
고 있다. 또한『삼국지』는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전환되고 있기도 하다. 그 중 우리가 오늘 살펴볼 장르는
『삼국지』의 또다른 창조적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이다.
장르의 특성상 소설이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같이 시작과
결말이 닫힌 구조로 돼 있는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중점
을 두고 있다. 얼마만큼 원작의 서사 구조를 충실하게 복원하고
또 흥미를 위해 드라마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느냐 하는 것이 이런
장르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모두 다 자신
이 정본(㮅)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사(㮅⻎)와 연의(㓇
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또다른 이본(㤠)임
에 다름 아니다. 이런 닫힌 구조의 장르에서는 독자와 스토리 사
이에는 서로 개입할 수 없는 장벽이 가로 놓여 있다. 실제로 소설
의 미학은 여기에서 창조된다고 봐도 된다. 자신이 패배할 줄 알
고 있으면서도 마지막 혼을 불사르기 위해 출사표를 올리는 제갈
량(㰕葛⠭)을 지켜보는 독자는 패배자가 최선을 다하는 비장의
미학을 느끼게 된다. 독자의 의지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
이 결정돼 버리는 운명의 찬바람이『삼국지』를 읽는 참맛을 더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타인의 운명을 내 손으로라도 개척해 주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러한 상황에
놓인다면’혹은‘나라면 그렇게 쉽게 속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삼국지』속의 영웅
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픈 마음을 게임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코에이(KOEI)사의 <삼국지> 시리즈이다.
코에이사의 <삼국지> 시리즈는 전략 턴제 시뮬레이션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으로 현재 시리즈가 Ⅹ까지 발매됐으며, 다양
한 형태의 장르로 변형돼 시장에 선보여 왔다. 예를 들어 리얼 타
임 시뮬레이션 형태의 <삼국지 Battlefield>, 액션을 강조한 <진
『삼국지』의 또 다른 창조
-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중심으로
글 / 이정엽 육군사관학교 교수
▲ 코에이사의 <삼국지 Ⅰ> 인터페이스
원작과 게임을 구분하기 위해 원작의 경우『삼국지』로 게임의 경우 <삼국지>로 표기하기로 한다.
2004. 12 117
삼국무쌍> 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
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턴 방식의 전통적
인 시뮬레이션 게임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
어왔다고 할 수 있다. <삼국지>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한국에서만 100만장이 넘는
데, 이러한 수치는 불법 복제의 피해를 가
장 많이 입는 게임이 <삼국지> 시리즈임을
감안할 때 대단한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초기의 <삼국지> 시리즈 게임들이 주로
정사나「삼국지연의」의 역사적 사실들을
주로 재현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90년대
중반 이후에 나온 게임들은 독자적인 시
스템을 통해 독특한 재미를 주고 있다. 예
를 들어 신군주 시스템을 선택할 경우, 마
치 자신이 고대 중국의 삼국시대로 돌아
가 중국 전토를 정복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삼국지> 시리즈의 탄생과 영웅 심리
게임 개발자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
기는 과정에는 심리적인 동기가 유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저들이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이나 편리한 인터페이스에 끌린
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에 심리적으
로 이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심리를 간파해낸 게임들은
대개 성공하게 마련이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선
택해 게임을 플레이 한다면,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부에서
구현하고 싶어 하는 욕망들을 적절히 반영해 보여줘야 한다. 이
러한 욕망들은 현실의 욕망에 대한 대리적인 측면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현실
적인 요건들을 뛰어넘어 불가능한 것들을 희구하는 경우도 생기
는 것이다.
코에이사의 <삼국지> 시리즈가 처음 발매된 것은 1989년의 일
이었다. 지금 보면 상당히 조악한 화면 구성에 엉성한 인터페이
스같이 보이지만, 턴 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의 시발점에 해당되
는 게임이다. 이 최초의 <삼국지> 시리즈의 기본 전제는 중국을
통일하는 것이다. 몇 개의 주 혹은 도시로 나눠진 중국 영토를 하
나씩 정복해 나가면서 중국 전토를 통일하게 되면 게임의 목표가
달성된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유저의 영웅 심리를 이용해 자신
이 중국 전토의 지배자가 되고 싶은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턴 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유
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조조, 유비, 손
권 등과 같은 군주의 입장에서 볼 때, 백성과 군대는 단지 몇 만,
몇 십만 같은 계량화된 수치로 존재한다. 통치자의 입장이란 것이
그런 것이다. 실제로 군주들이 위하고자 하는 것은 그 계량화된
수치의 백성들일 텐데, 실제로 게임에서 주목하는 것은 주인공 캐
릭터의 드라마틱한 성공 혹은 통일이다. 어쨌든 코에이사가 추구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커다란 밑그림은 <삼국지 I>에서 거의 다
완성된다. 장수의 등용과 전투, 외교, 내정, 군대의 시스템이 이미
이 시기에 완성되는 것이다.
영웅 중심주의 탈피와 장르의 변화
▲ <삼국지 Ⅶ>의 일기토 장면 이러한 군주 중심적인 시스템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삼국지
▲ 중국 전토를 하나의 지도로 표현한 <삼국지 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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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연재 | 삼국지의 또다른 창조
Ⅶ>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지 Ⅶ>은 최초로 군주만이 아닌 대
부분의 장수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면서, 『삼국지』
원전을 또다른 형태로 재현해내고 있다. 이를테면 조조, 유비, 동
탁 등으로만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조운이나 장비, 심지
어는 도겸 휘하의 조표 등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삼국지 I>과 <삼국지 Ⅶ>사이에 게임의 시스템은 상당 부
분 수정되고 새로운 형태로 전환돼 왔지만, 무장 중심으로 게임
을 진행하게 된 <삼국지 Ⅶ>에 이르러 비로소 코에이사의 전략
시뮬레이션이 목표로 하던 영웅중심주의적인 세계관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삼국지> 시리즈의 이러한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가 전략 위주의 시뮬레이션 장르에 가까웠다면,
<삼국지 Ⅶ>에서는 롤플레잉의 성격이 가미된 새로운 장르의 게
임으로 변모하게 된다. <삼국지 Ⅵ>의 메인 모티프가 군주 모티
프 하나로 한정되는 것에 반해, <삼국지 Ⅶ>에서는 모든 장수로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면서 다양한 모티프들이 가능해진다. <삼
국지 Ⅶ>에서 장수의 신분은 재야장수 - 일반장수 - 태수 - 군
사 - 군주의 5단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각각의 장수가 내릴
수 있는 권한 역시 다르다.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유일의 목적이
었던 전작과 달리‘개인의 성공’이라는 성장 모티프가 추가로 부
가된다. 따라서 <삼국지 Ⅶ>의 모티프는 다음과 같이 다양화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티프들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
지 다양한 형태로 나눠질 수 있으며, 이 모티프들은 언제나 인터
랙티브 모티프(interactive motif)들이다.
기존 삼국지 시리즈들에서도 상성(⾗ぷ) 관계 데이터에 의한
인간관계 설정이 도입됐지만, <삼국지 Ⅶ>에서는 이와 같은 인간
관계가 표면화돼 나타난다. 각각의 인간관계는 경애(敬㍫) - 신
뢰(㊝⤉) - 우호(㜂䑋) - 대면(⚻⪎) - 혐오(䎼㖫) - 불구대천(
俱⚿㼒)의 순으로 등급화 돼 있다. 따라서 이전 <삼국지> 시리즈
에서 원작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의형제의 관계나 도원결의 등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 게임들이 권력 욕망의
추구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것과는 다르게, 권력 욕망을 쟁취하기
위한 드라마틱한 변화의 가능성들을 고려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
이다. <삼국지 Ⅶ>이 보여주는 개인적 드라마의 가능성은 사실상
권력 욕망 추구 이전에 명예 욕망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함을
보여준다. 이는 권력이란 혼자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
인의 부단한 개발과 두터운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될 수 있는 것
임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례로 악명이 높은 군주가 영토를 확장하거나 황제를 괴롭힐
경우, 컴퓨터나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주변의 군주들이 반(⯱) 연
합세력을 도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벤트의 설정은 <
삼국지 Ⅶ>의 드라마적인 목표가 단순한 권력의 쟁취에 있는 것
이 아니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ㄳ㊯㰜家䂓國䈓㼒䋋)’의 가치
를 실현하는데 주어져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이 게임의 성격이 변하면서 <삼국지> 시리즈에서 중요
하게 부각된 것은 전략이나 대의(⚺㢥)적인 업적보다는 개인적인
성취를 중요시하는 방식이 주목받게 된다. 특히 <삼국지 Ⅷ>에 이
르면 개인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고, 명성을
높이는 이른바 퀘스트(Quest) 중심으로 게임이 재편되게 된다. 이
러한 상황에서 유저는 전략 시뮬레이션을 즐김과 동시에 장수 중
심의 롤플레잉적인 요소를 동시에 맛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
은 게임의 시스템 변화가 유저들로 해금 항상 지지만을 받아온 것
은 아니다. 전략 시뮬레이션적인 성격이 가장 강했던 <삼국지 Ⅵ>
를 시리즈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 매니아들이 많을 정도로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는 많은 반반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전략적 성격의 강화와 온라인게임을 위한 포석
그러나 코에이의 이러한 시도는 <삼국지> 시리즈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시범적인 시도였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코에이는 향후 게임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
나 코에이가 주로 개발해 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리얼타임으
로 진행되지 않는 턴 방식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발하기에
는 이론적인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전략 시뮬레이션
과 MMORPG가 혼합된 게임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삼국지 Ⅸ>의 경우 <삼국지 Ⅷ>까지
시도해왔던 장수 중심의 게임 진행 방식을 버리고, 전략적인 측면 ▲ 일반 장수로도 플레이가 가능한 <삼국지 Ⅹ>의 인터페이스
을 부각시킨다.
<삼국지 Ⅸ>은 중국 전토를 하나의 지도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
다.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들이 내정 명령을 내리는 인터페이스
와 전투 명령을 내리는 인터페이스가 서로 다르게 진행됐던 것과
는 달리 이 둘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한 것이다. 하나로 통
합된 인터페이스의 경우 전투 장면 등에서 표현해야 될 디테일이
줄면서 화려함이나 박진감을 줄어드는 반면, 여러 유저들을 동시
에 소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이
러한 변화는 사실상 <삼국지> 시리즈의 온라인화를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 많은 유저를 동시에 수용하면서 실시간으로 데이
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이 게임 곳곳에 보인다. 특히
<삼국지 Ⅸ>에서는 장수 한 명만 고군분투하더라도 승리를 차지
할 수 있었던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와는 달리, 상당히 사실적
인 진행 방식과 높은 수준의 난이도를 보여준다. 수많은 유저들
이 중국 전토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고
가정했을 때, 장수 중심의 플레이가 가능한 <삼국지 Ⅶ>이나 <삼
국지 Ⅷ>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면 게임의 밸런스가 맞지 않
게 된다.
<삼국지 Ⅸ>을 <삼국지 Ⅹ>과 더불어 <삼국지> 시리즈의 한 축
으로 놓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이 잘 조절된 난이도와 밸
런스, 그리고 풍부한 전략, 전술 덕분이다. 다시 말해 <삼국지 Ⅸ
>은 원작『삼국지』를 국가와 국가 사이의 투쟁 혹은 새로운 역사
의 창조 과정으로 해석하는 입장과 동일하다. 비록 등장인물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조금 부각되지 않더라도 전략적인 입장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시적인 역사의 흐름이 강조되
고, 개인의 자아 성취나 극적인 이야기 등은 커다란 역사의 물줄
기에 묻히게 되는 것이다.
원전(㞘㫖)으로의 회귀와 <삼국지> 시리즈의 미래
<삼국지> 시리즈를 초창기부터 즐겨온 유저들은 이 게임이 가
끔 원전과는 무관하게 가상적으로 흘러가버리기 쉬운 것을 아쉬
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모든 게임은 인터랙티브 모티프
2004. 12 119
▲ 싸움에도 전략이 필요한 <삼국지 Ⅹ>의 일기토 장면
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저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게임의 상
황이 변화하는 것이 그 본질을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삼국
지』원전의 백미를 이루는 적벽대전이라든가 오장원 전투, 반동
탁 연합 등은 게임에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리즈
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삼국지 Ⅹ>의 경우 지금까지의 완결
편답게 원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삼국지> 시리즈가 중국의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
다면, <삼국지 Ⅹ>의 경우는 중국 전토의 통일을 목표로 하기 보
다는『삼국지』라는 소설 속에서 한 인물이 어떻게 살다 갔는지를
유저들로 해금 음미하게 하는 것이 목표로 삼고 있다. 그만큼 이
게임이 원전에 충실하다는 이야기이다. 가령 유비의 경우 반동탁
연합에 참전할 때에는 평원에 머무르고 있지만, 도겸의 구원 요청
으로 받아들여 서주로 가게 되면서 또다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에서 유비로 플레이 할 경우 도겸이 유
비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유저
들은 평원을 근거지로 삼아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 이렇
게 게임이 진행될 경우『삼국지』원전과는 전혀 무관한 새로운
스토리가 창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 Ⅹ>의 경우 어느 정
도의 조건만 충족되면 도겸으로부터 구원 요청이 오도록 이벤트
설정을 해놓았다. <삼국지 Ⅹ>의 이벤트는 기존의 시리즈에 차용
된 이벤트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기존의 시리즈의 이벤트는
기껏해야 장수의 등용이라든가 아이템의 획득 정도에 그치는 경
우가 많았다. 그러나 <삼국지 Ⅹ>에서는
정권의 이양, 도시 탈취, 방랑, 반세력 연
합 등과 같은 세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
는 강력한 이벤트들을 바탕으로 원전의
흐름을 쫓아가고자 애쓴다. 실제로 도겸
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유비는 도겸으
로부터 서주를 넘겨받게 된다. 이어서 서
주를 넘겨받은 유비는 여포를 소패에 받
아들일 것인가 결정하게 되고, 이를 받아
들이게 되면 십중팔구 여포의 배반 때문
에 서주에서 쫓겨나 조조에게 의탁하게
된다.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이와 같
은 흐름대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고 인
터랙티브 모티프들이 많이 차용되면서 게
임은 가상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빈번했
던 것이다. 그러나 <삼국지 Ⅹ>은 인터랙
티브 모티프들을 많이 줄이고, 원전의 서사적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스토리 중심의 게임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장수로 플레이 할 수 있고, 드라마틱한 측면이 부각됐다
는 점에서 <삼국지 Ⅹ>은 <삼국지 Ⅷ>의 수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국지 Ⅹ>이 겨냥하고 있는 이 같은 게임의 흐름은 마치
잘 짜여진 롤플레잉 게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 Ⅹ>은 끊임없이 플레이어로 해금 특정한 이벤트를
완수하고 이를 통해 보상을 받도록 하는 순환 구조를 강요한다.
얼핏 보면 <삼국지 Ⅹ>의 캐릭터들은 <리니지 Ⅱ>같은 MMOR
PG에서 열심히 퀘스트를 해결하고 있는 엘프족 전사 같은 느낌
을 준다.
이런 변모는 <삼국지 Ⅸ>이 MMOSG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장르를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MMORPG의 형태로 변환 가능한
새로운 모습의 <삼국지 온라인>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코
에이가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형태의 <삼국지 온라인>을 선보이
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어렴풋한 형체를 <삼국지 Ⅸ>과
<삼국지 Ⅹ>을 통해 유추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전략적 성격이
강화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게임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사성
이 강화된 MMORPG 형태의 온라인 게임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삼국지』가 내리고 있는 뿌리가 워
낙 굵고 깊기 때문에, 이러한 창조적인 변형은 계속 되면 될수록
원전의 가능성을 부각시켜 주는 것이다. 『삼국지』가 고전 중의
고전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120 Digital Contents
콘텐츠연재 | 삼국지의 또다른 창조
▲ <삼국지 Ⅹ>의 내정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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