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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 6

제갈량의 휘파람 속에서 이중톈 교수는
탄식과 연민이 담긴 큰 포부를 읽었습니다
그런 제갈량이 융중에서 계속 은거할 리 없으니
재능을 발휘할 무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혈기만으로 대업이 가능할까요?
관중, 악의에 견주는 제갈량에게
대업을 이룰 능력과 조건이 있었을까요?
제갈량에겐 능력이 있었죠
결국 천하를 평정했으니까요
그럼 조건을 갖췄는가? 그렇습니다
첫째, 제갈량은 배경이 좋았습니다
제갈량의 조상은 관리였죠
조부는 고관이었고
아버지와 숙부도 지방 관원을 지냈습니다
즉 제갈량은 관리 집안 출신인 것입니다
관직 사회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고
관료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해가 있었겠죠
두 번째 좋은 인맥이 있었습니다
제갈량의 장모는 양양 최대 가문 채풍의 딸이었습니다
채풍은 일남이녀를 두었는데
딸 하나는 제갈량의 장인과 혼인했고
또 하나는 형주목 유표에게 시집갔죠
그의 아들은 채모인데 권력이 대단했습니다
즉, 형주 최고의 행정관이 제갈량 부인의 이모부인 것이죠
또 형주에서 가장 중요한 관리가 제갈량 처의 외삼촌이었습니다
대단한 인맥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런 일화가 있죠
제갈량의 장인은 황승언이라 하는데
그는 제갈량을 맘에 들어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제갈량에게 말하죠
‘이보게, 내게 못생긴 딸이 하나 있는데’
‘재주가 뛰어나다네 혼인하지 않겠는가?’
제갈량은 수락합니다
황승언은 바로 딸을 차에 실어 제갈량의 집에 데려다 주죠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설이 있습니다
황승언의 딸이 추녀가 아니라는 것이 하나입니다
황승언이 못생겼다고 한 것은 겸손에 불과하단 겁니다
중국인은 자기 아들을 견자, 즉 개의 아들이라 표현하죠
견자라고 칭했다고 해서 진짜 개의 아들이 아닌 것입니다
그럼 큰일 납니다
또 다른 설은 황승언이 제갈량을 시험했다는 것입니다
제갈량이 덕과 재능을 보는지 미색을 따지는지요
제갈량은 시험에 통과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하지만 저는 황승언의 딸이 추녀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 황승언이 이렇게 말했죠
‘내게 못생긴 딸이 있는데 머리는 누렇고 얼굴은 검지’
겸손이라 하기엔 너무 구체적입니다
얼굴이 검고 머릿결도 나쁘고... 아주 구체적이죠
이게 증거입니다 또 하나는
당시 형주와 양양에서 이 일이 구설에 올랐다는 겁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런 노래를 지어 불렀다 합니다
‘공명처럼 아내를 고르면 황승언의 추녀를 얻으리라’
제갈량처럼 하면 안 된다는 거죠
황승언의 못생긴 딸을 아내로 맞았으니까요
아무래도 정말 추녀였나 봅니다
그럼 만약 황승언의 딸이 정말 못생겼다면
문제가 또 생깁니다 제갈량이 왜 수락했을까?
앞서 말했듯 제갈량은 키가 큰 미남자였습니다
재능 있고 잘생긴 인재가 왜 추녀와 혼인했을까
여기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는 제갈량이 외모보다는 덕을 중시했다는 것입니다
외모보다는 재능을 봤다는 뜻이죠 그런 해석이 있고
두 번째 해석은
제갈량이 황승언의 인맥을 좋게 봤다는 것입니다
황승언과 형주의 최고 행정관 유표는
동서지간입니다 아내끼리 형제니까요
출사하려는 사람에게는 아주 훌륭한 인맥이죠
진짜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제갈량 선생을 불러다 물어볼 수도 없고
사서에도 명확한 기록이 없으며 저도 단정 지을 수 없으니
시청자 여러분께서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세 번째 조건은 제갈량이 인재 집단에 속해 있었단 겁니다
그 집단은 형양의 선비 집단이었습니다
형주와 양양 지역의 명사들이 모여 있었던 거죠
선배들 중에는 사마휘, 방덕공이 있었고
후배들 중에는 제갈량 서서, 석도, 맹건 등이 있었죠
모두 당대의 인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주 모여 의견을 나눴고 제갈량을 높이 평가했죠
또 와룡 선생이라는 훌륭한 별호를 지어줍니다
시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이들은 적극적으로 제갈량을 홍보합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알게 된 것도 이 집단의 소개 덕분이었죠
서서, 사마휘, 방덕공 등이 제갈량을 소개했습니다
이렇듯 제갈량의 조건은 아주 뛰어났습니다
그럼 또다시 의문이 듭니다
출사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는데 왜 산을 나가지 않았을까?
제갈 가문은 많은 인재를 배출했지만
그중 가장 뛰어난 인재는 제갈량입니다
이것만 봐도 제갈량은 큰 포부는 물론
좋은 배경과 인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조건과 능력을 가진 제갈량이 왜 융중에 은거했을까요?
대체 무엇을 기다린 것일까요?
이것은 제갈량의 포부를 알아야 합니다
제갈량은 석도, 서서, 맹건 같은 젊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자네들은 출사하면 최소 군수부터 시작할 거야’
군수는 한 군의 수장이죠 ‘그럼 자네는?’ 친구들이 묻자
제갈량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답은 명확합니다 ‘삼국지’에서 어떻게 말했죠?
‘매번 자신을 관중과 악의에 비유했다’
관중은 유명한 재상이고 악의는 명장입니다
제갈량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장군이나 재상이 되어 세상이 놀랄 공을 세우는 거죠
이렇듯 그는 포부가 대단했습니다
때문에 그는 자신에게 맞는 주인이 필요했습니다
이 혼란한 시대에
포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세 가지 선택이 가능했죠
하나는 조조처럼 스스로 강산을 쟁취하는 겁니다
둘째는 주유처럼 킹메이커가 되는 것이었죠
세 번째는 아무도 돕지 않고 산에 은거하는 거죠
제갈량의 선택은 훌륭한 재상 혹은 명장이었습니다
천하를 평정할 나라의 기둥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장님’이 필요했죠
그래서 제갈량은 천하를 둘러봅니다
세상에는 회사도, 그룹도 많고 사장은 더 많았습니다
그럼 누굴 선택하죠?
가장 쉬운 선택은 유표입니다
조조와 손권도 인재를 모았죠 유비는 빛을 보기 전이었고요
하지만 제갈량은 거부합니다, 왜냐?
유표는 못났으며 조조는 너무 강하고
손권은 공간이 작아서요
유표는 나중에 다루겠지만 하나만 얘기하죠
당시 참으로 많은 인재들이 형주로 몰려갔습니다
하지만 유표는 아무도 쓰지 못했죠
인재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제갈량에게도 ‘패스’였겠죠
조조는 어떨까요? 너무 강합니다
휘하에는 인재가 넘쳤고 조조 본인도 대단한 인재였죠
제갈량이 찾아간들 뭘 하겠습니까
그럼 손권은요?
손권 쪽도 사정은 비슷하죠
문관의 수장 장소 무관의 수장 주유
게다가 둘 다 손씨 가문과 사이도 각별하죠
장소와 주유는 ‘승당배모’하는 사이입니다
‘승당배모’가 뭐냐
손권이나 손책의 집 엄밀히 말하면 손책이죠
손책의 집에 갈 때면 어머니께 문안드린단 뜻입니다
양아들과 다름없단 거죠
그러니 제갈량이 강동에 가 봤자 주유와 장소는 물론이고
노숙보다 아래일 겁니다
제갈량은 원하지 않았죠
제갈량의 목표는 아주 명확합니다
주인을 만나면 첫째 그 주인에게 임용돼야 하고
둘째 중용돼야 하고 셋째 전용으로 쓰여야 했죠
아주 명확한 목표입니다
손권 휘하에는 그럴 만한 공간이 없었죠
그럼 가장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장차 패업이나 혹은 제왕 대업을 이룰 사람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영웅이죠
제왕 대업을 이룰 사람 즉 황제가 될 사람
좀 양보해서 황제는 못 되더라도 패왕은 될 수 있는 사람
그럼에도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 즉 잠재적 황제가 필요했죠
또 그 사람은 포부와 조건은 갖추되
포부의 방향이 모호하거나 불명확하고
조건은 무르익지 못하거나 부족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갈량의 도움이 절실할 테니까요
그 말은 결국 제갈량이 어떤 집단에 간 후
마음껏 일할 공간이 필요했단 뜻입니다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생각해 보십시오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이 누구죠?
한 사람뿐이죠 바로 유비입니다
포부가 큰 제갈량은 시국을 냉철하게 바라봤습니다
여러 분석을 통해 정치적으로 우세인 조조도
문무와 지략을 겸비한 손권도 택하지 않고
최종 목표를 유비로 삼습니다
제갈량의 이런 행동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당시 유비는 유표의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이 보잘것없는 유비가 왜 제갈량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유비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제가 봐도 유비는 잠재적 황제로 합격입니다
첫째, 유비는 제왕의 명분이 있죠
즉, 황제가 될 가능성이 있단 뜻입니다
무슨 가능성이냐? 두 가지가 있죠
첫째, 출신 성분입니다
유비는 유씨 종실이죠 황제와 같은 집안 사람입니다
물론 이 혈연관계는 이미 너무 옅어진 상태고
불명확할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이 카드 덕분에 모두의 인정을 받죠
또 세세하게 따지면 천자는 그를 숙부라 불러야 했습니다
유 황숙, 즉 황제의 숙부인 거죠
이것은 나중에 유비가 천자를 대신한다 해도
전혀 다른 성씨의 사람이 대신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순리에 맞으니까요
두 번째, 유비는 외모가 좋았습니다
늘어진 귀, 무릎까지 오는 팔 제왕의 모습이었죠
조조와는 다릅니다 손권도 외모는 좋습니다
셋 중에서 외모가 가장 빠지는 건 조조입니다
조조가 결국 황제가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결정적 이유는 아니지만 영향을 미쳤죠
물론 현대 사회라면 말이 많겠지만 고대에는 외모를 중시했습니다
이미지를 따진 거죠
그에 비해 조조는 이미지가 안 좋았습니다
제왕의 얼굴이 아니었죠
문제가 컸습니다
유비와 손권은 좋았습니다
두 번째 유비는 제왕의 뜻이 있었죠
황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유비의 두 아들 이름이 뭐죠? 유봉과 유선입니다
합치면 봉선이 되죠
봉선이 뭘까요?
봉선은 덕 있는 황제가 태산에서 치르는 의식입니다
여기는 두 조건 아니 세 조건이 필요한데
하나는 주체가 황제여야 한다는 것
둘째는 반드시 덕이 있는 황제여야 하죠
부덕한 황제는 안 됩니다
셋째는 태산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태산 정상에서 하늘에 올리는 제사는 ‘봉’
태산 밑에서 땅에 올리는 제사는 ‘선’
합치면 봉선입니다
황제의 뜻이 없다면 아들 이름을 그렇게 지었겠습니까
황제가 되고 싶었던 겁니다
셋째, 유비에게는 제왕의 재주가 있었습니다
유비는 스스로 한고조 유방의 후예라 했습니다
그 혈연관계는 너무 희석되어 불분명하지만
유비 자체가 유방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어려서 일하기 싫어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으며
음악, 개, 말과 여자를 좋아한 공통점이 있었죠
다른 점이 무엇이냐 유방은 욕을 잘했습니다